같은 AI를 써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
회사에서 똑같이 생성형 AI를 쓰는데도 누군가는 보고서를 몇 분 만에 끝내고 퇴근하고, 누군가는 몇 시간을 붙잡고도 결재를 못 받는다. 주식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AI를 투자 비서처럼 쓰는 사람들은 소득 격차를 빠르게 벌리는 반면, 같은 도구를 종목 추천기로만 쓰는 사람들은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다. 경영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김경민 대표, 유튜브 무빙워터 채널의 이동수, IT 콘텐츠를 다루는 김덕진 소장이 이 격차의 원인을 짚었다.
세 사람은 먼저 30~40대 중 3년 뒤 소득이 크게 오를 사람을 고르는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우량주를 꾸준히 담는 사람, 퇴근 후 대학원이나 자격증 공부로 정석대로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 그리고 챗GPT나 에이전트형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 중 하나를 고르는 밸런스 게임이었다. 자기계발은 큰 폭락을 막아주는 안전판에 가깝고 우량주 투자는 완만하지만 꾸준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AI를 제대로 쓰는 사람은 절대적인 수익 규모에서 가장 큰 격차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세 사람이 공통으로 짚은 지점은 AI 자체의 성능보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였다. 모델 성능은 계속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서, 어떤 엔진을 쓰느냐보다 그 엔진에 어떤 도구를 붙이고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던지느냐가 결과물의 질을 가른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
한국이 해외 AI 기업들의 시험대가 된 이유

한국은 유료 AI 구독률이 세계 2위권으로 꼽히는 나라다. 좁은 도시에 단일한 언어권 사용자가 밀집해 있어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하기에 유리하고, 압축 성장을 겪은 세대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기술 변화를 연달아 받아들인 경험 덕분에 AI에 대한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같은 기업들이 다른 시장보다 한국에 투자와 실험을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 세계 AI 인프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는 사실도 더해진다. AI 산업의 다양한 응용 서비스가 앞으로 1~3년 사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프라를 쥔 기업과 그것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시장이 함께 주목받는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인터뷰하듯 질문하면 달라지는 AI 투자비서의 정확도

AI가 추천한 종목을 그대로 매수했다가 손실을 본 사례는 흔하다. 반면 실제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AI에게 "이거 어때"라고 묻는 대신, 먼저 자신의 투자 성향을 인터뷰하듯 질문하게 만든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내 성향에 맞는 조언을 해줄 수 있어?"라고 시작하면 AI가 위험 감수 수준과 투자 목표를 파악한 뒤 일종의 기준값을 세워 대화의 흐름을 잡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팅된 AI는 사람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원래 세운 원칙을 다시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고 개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AI에 통째로 맡기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경고도 함께 나왔다.
매일 아침 자동으로 받는 주식 리포트 시스템

더 나아간 활용법도 소개됐다. 코딩 도구에 주가 정보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로, 국내 뉴스는 별도 연동 도구를 통해 포털 뉴스와 연결하도록 지시하고, 정리된 내용을 매일 아침 자동으로 개인 채팅방과 메일로 받아보게 세팅한 사례다. 원하는 형태가 나올 때까지 되든 안 되든 계속 대화하며 오류를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루틴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렇게 완성된 리포트에는 보유 종목의 평가액과 급등 종목 현황, 관심 종목에 대한 코멘트는 물론, 미리 세워둔 원칙에 따라 분할 매도할지, 추격 매수를 하지 말지를 판단해주는 결론까지 담긴다. 최근에는 결제까지 자동으로 연결하는 기능도 등장했지만,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로 실제 주문 실행은 사람이 최종적으로 맡고 있다는 설명이다.
할루시네이션과 아첨을 막는 질문 설계법

정확도를 높이는 프롬프트 기법으로 메타프롬프팅과 애스크 비포 앤서 방식이 소개됐다. 결과를 곧바로 내놓게 하는 대신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먼저 되물어봐"라고 지시하면, AI가 부족한 정보를 스스로 질문하고 사람은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바를 구체화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검색 도구를 연결해 근거 있는 출처를 찾아오게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답하게 하며, 개념부터 정리한 뒤 찾아보게 하고, 단계별로 설명하게 지시하는 것도 오답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제시됐다.
최근에는 아첨 현상도 새로운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질문할 때 "나는 A가 맞다고 생각하는데 어때"처럼 자신의 의견을 먼저 드러내면, AI는 그 의견에 동조하는 답을 내놓기 쉽다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찬성과 반대 근거를 모두 가져오게 하거나, 개인적 의견은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과 장단점만 정리하라고 명확히 지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3천만 원대로 떨어진 휴머노이드, 공장은 준비됐나
피지컬 AI, 즉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 자리 잡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확실히 저렴해야 하고, 거부감을 뛰어넘을 만큼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야 하며, 로봇이 대신할 만한 작업 자리 자체가 충분히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 중국, 한국 정도뿐이라는 진단이다.
로봇의 관절 부품은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도록 만들면 힘이 약해지는 특성이 있어 완전한 인간형 로봇은 여전히 1억 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다. 하지만 다리는 고정하고 팔만 움직이며 선반 높이에 맞춰 특정 작업만 반복하는 로봇은 이미 6천만 원대까지 내려왔고, 1~2년 안에 3천만 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8시간 연속 가동이 가능한 배터리도 이미 상용화 단계에 가까워, 특정 공정을 전담하는 로봇의 현장 투입이 예상보다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벌어준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AI를 많이 쓸수록 스스로 생각하는 부담을 AI에 넘기는 인지적 부채가 쌓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반에는 결과를 의심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검증 없이 그대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AI를 능숙하게 쓰는 사람일수록 의도적으로 AI를 쓰지 않는 시간을 따로 두고, 답변을 항상 의심하는 눈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언급됐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대목은 인터넷에 쌓이는 글 중 AI가 작성한 분량이 사람이 쓴 분량을 넘어서면서, AI가 다시 AI의 결과물을 학습하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지식의 질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기본 개념과 원리만큼은 사람이 직접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다만 도구로서의 AI를 아예 쓰지 않는 선택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도 의견이 모였다. 컴퓨터가 나온 뒤 타자기로 돌아갈 수 없듯, 지금은 AI 없이 일하기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다만 만 13세 이하 사용을 제한하고 19세 미만은 보호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정책이 있는 것처럼, 지능을 그대로 외주화하는 것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결국 AI가 줄여준 시간을 다시 일로 채우기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을 쌓는 데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남는 선택이라는 정리로 대화가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