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5.

3억 연봉 CEO 자리를 버리고 쓰레기에서 돈을 본 남자, 수퍼빈 김정빈 대표

지식인사이드|2026. 07. 05.

쓰레기를 모아 수백억을 버는 회사

수퍼빈은 페트병, 알루미늄캔, 철캔에 이어 최근에는 헌 옷과 우유팩까지 수거 품목을 넓히고 있는 재활용 기업이다. 이 회사를 대표하는 것은 AI 무인회수기 '네프론'이다. 냉장고 크기의 이 장비는 내장 카메라와 인공지능 판독 기능으로 투입된 재활용품이 실제로 소재화가 가능한 규격인지 즉시 인식하고, 페트병에 라벨이 붙어 있으면 기계가 병을 돌리며 라벨을 떼어달라고 요청한다.

페트병 한 개, 10원의 가치

네프론에 500ml 페트병 하나를 넣으면 10원이 적립된다. 적립된 포인트는 모바일 앱에서 현금으로 환전 신청할 수 있고, 일주일 이내 사용자 통장으로 입금된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지급된 누적 금액은 100억 원을 넘었고, 전국 130만 명이 네프론을 이용해 매달 1,000톤 안팎의 페트병을 모으고 있다. 이는 웬만한 공공 선별장 6~7곳이 처리하는 물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석유를 대체하는 재활용 기술

회수된 페트병은 파쇄와 세척을 거쳐 '플레이크'라는 파쇄물이 되고, 이를 고상 중합 장비에 넣으면 원래 석유로 만들던 소재인 '펠릿'을 동일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수퍼빈이 수집한 페트병은 부산물까지 포함해 약 99%가 소재로 재탄생하며, UN이 제시하는 계산식으로는 석유 기반 생산 대비 최대 80%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가 있다. 다만 라벨지처럼 성분이 다른 폴리프로필렌(PP) 계열은 별도 처리가 필요해, 물에 띄웠을 때 뜨는 PP와 가라앉는 PET의 비중 차이를 이용해 분리한다.

선별장에서 목격한 '아수라 지옥'

사업의 확신을 얻은 계기는 따로 있었다. 네프론을 처음 판매하던 무렵, 한 지자체 청소 담당 공무원이 그를 재활용 선별장으로 데려갔다. 종이, 캔, 페트병, 비닐이 뒤섞인 채 들어와 먼지와 악취 속에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는 현장이었다. "환경직 공무원 30년 만에 처음으로 진짜 되는 환경 사업을 봤다"는 그 담당자의 말과 함께 "누군가는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말이 창업의 소명이 됐다. 분리 배출은 있지만 분리 운송은 없다는 업계의 현실, 그리고 물류비 절감을 위해 여러 품목이 한 차에 뒤섞여 옮겨지는 관행이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 중 하나였다.

환경 노벨상 후보에 오르다

전국 2,000여 대의 네프론을 통해 쌓아온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수퍼빈은 환경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어스샷' 최종 후보에 한국 기업 최초로 선정됐다. 순환경제 이론을 실제 사업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은 것이다. 연락을 받았을 때 심정을 묻자 그는 "신난다기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안정적인 CEO 자리를 버린 이유

창업 전 그는 이미 중견 철강회사의 CEO였다. 안정적인 자리를 벗어난 이유를 묻자 그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자신이 무엇이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 다른 하나는 전문경영인으로서 넘어설 수 없는 의사결정의 한계였다. 자신의 신념대로 회사를 경영하면 어떤 모습이 될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창업 이유를 묻는 질문에 "확신이 있어서가 아니라 신념(conviction)으로 했다"고 답한 인터뷰를 언급하며, 자신도 성공을 확신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소명감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의 기본값은 실패이며, 실패를 감당할 각오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18개월의 미지급 급여, 그리고 반전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투자 유치가 막혔던 18개월이었다. 매달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지 못해 사과 편지를 썼고, 협력업체 미지급금이 80억 원에 달했다. 감사보고서 제출 데드라인을 코앞에 두고도 마지막 15억 원이 채워지지 않아 투자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초기 투자자였던 소규모 액셀러레이터 대표 세 명이 직접 나서 3주 만에 자금을 모아 회사를 살렸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 "옳은 일을 하려는 회사일수록 투자금이 아닌 자기 사업으로 돈을 버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다고 말했다. 수퍼빈은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24년 연 매출 190억 원, 최고 기업가치 1,83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다.

후배 창업가들에게

그는 창업을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과정"이라 표현했다. 그 유니버스에는 성공담뿐 아니라 좌절과 눈물, 작은 성취가 모두 담긴다는 것이다. 기업가치는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지표이지만 노력의 크기와는 다른 문제이니, 그 숫자에 위축되지 말고 각자의 유니버스를 만들어가는 여정 자체를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 그가 전하는 마지막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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