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당뇨가 유독 빠르게 늘어나는 이유
2015년 국내 20대 당뇨 환자는 약 2천 명 수준이었지만 2024년에는 4만 5천 명을 넘어섰다. 십 년도 안 되는 사이 스무 배가 넘게 늘어난 셈인데, 그 배경에는 영양 과잉이 있다. 당뇨는 흔히 포도당이 많아서 생기는 병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지방 세포에서 나오는 지방산이 인슐린 신호 체계를 망가뜨리면서 시작된다.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로 들여보내는 초인종 같은 역할을 하는데, 지방산이 많아지면 이 초인종 시스템이 뻑뻑해져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에 쌓이게 된다.
같은 정도로 살이 쪘다 해도 한국인은 서구권보다 당뇨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다. 체형이 작고 췌장의 인슐린 생산 능력 자체가 낮은 편이라, 고칼로리 음식을 과거보다 많이 먹게 된 만큼 췌장 기능이 더 이른 나이에 소진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뇨가 생긴 시점이다. 늘어난 포도당은 혈관 안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이 염증이 동맥경화를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키운다. 그래서 20대에 당뇨가 시작되면 40대 무렵 이미 80세에나 겪을 법한 수준의 동맥경화를 경험하게 된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 순위에서 당뇨는 고혈압 다음, 고지혈증이나 흡연보다도 앞선다.
흔히 알려진 혈당 스파이크라는 표현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 용어는 의학 용어가 아니라 한 연속혈당측정기 회사 출신 저자가 대중서에서 쓰기 시작한 표현으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치솟는 현상 자체는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정상적인 생리 반응이다. 실제로 문제가 되는 건 당뇨 환자이거나 당뇨 직전 단계인 경우뿐이며, 다이어트 중인 일반인이 매번 혈당계를 붙이고 있을 필요는 없다. 포도당에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를 보려면 두 달 치 평균을 보여주는 당화혈색소 검사 한 번이 훨씬 정확하다.
주요 내용
운동이 싫다면 식후 움직임부터

하루 한 시간 몰아서 하는 운동과 식후에 짧게 걷는 습관 중 어느 쪽이 나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좋은 운동이지만, 꾸준히 식후에 조금씩 움직이는 쪽이 오히려 더 유리할 수 있다. 식사 직후 몸을 움직이면 들어온 칼로리를 지방으로 저장했다가 나중에 꺼내 쓰는 대신, 그 자리에서 바로 쓰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따로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지하철역까지 걷는 거리를 늘리거나 출근길을 일부러 조금 힘들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라도 체중과 혈당 수치가 나빠지는 걸 계기로 식습관부터 조절하고, 운동은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 출퇴근 동선에 붙여서 실천하는 편이 실패 확률을 줄인다.
아침 공복 올리브유, 실제로는 어떨까

혈관을 청소해준다며 아침 공복에 올리브유를 한 숟갈씩 먹는 습관이 한동안 유행했다. 올리브유 자체는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이 풍부해 태생적으로 좋은 기름이 맞다. 육상동물이 포화지방산 위주로 몸을 단단하게 유지하는 것과 달리 식물성 기름 중에서도 올리브유는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만 그걸 아침 공복에 먹는 습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올리브유 한 숟갈은 100에서 200칼로리에 달하는 고열량 식품이라, 혈관을 씻어내는 효과는 없이 살만 찌우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혈관 건강을 챙기고 싶다면 차라리 오메가3 섭취를 늘리는 편이 낫고, 올리브유는 조리나 샐러드에 활용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채소 먼저, 과일보다 밀가루가 나은 이유

식사 순서를 채소부터 시작하면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있다. 채소에 든 식이섬유는 사람이 소화할 수 없는 탄수화물이라 위에서 오래 머물며 뒤이어 들어오는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빈속에 정제된 탄수화물을 바로 먹으면 혈당이 훨씬 빠르게 치솟는다.
같은 맥락에서 뜻밖의 사실 하나는, 같은 열량이라면 밀가루보다 과일이 당뇨 환자에게 더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밀가루는 거의 전량이 포도당으로 바뀌어 몸 곳곳에서 에너지원으로 쓰이지만, 과일 속 당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과당은 오직 간에서만 처리된다. 간이 다 처리하지 못한 과당은 빠르게 지방으로 전환된다. 게다가 과당은 포도당보다 1.5배 달게 느껴져 자꾸 손이 가게 만들고, 이런 특성을 이용해 만든 액상과당이 저렴한 값에 음료 산업 전반에 퍼지면서 비만 확산의 한 축이 됐다.
나이 들수록 고기를 더 챙겨야 하는 이유

단백질은 흔히 젊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관심사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건 노년층이다. 젊을 때는 체중 1kg당 0.9g 정도의 단백질이면 충분하지만 나이가 들면 1.2g까지 필요량이 늘어난다. 문제는 치아와 소화력이 약해지면서 오히려 고기 같은 단백질 음식을 멀리하고 국밥이나 칼국수처럼 부드러운 탄수화물 위주 식사로 기울기 쉽다는 점이다.
이렇게 단백질 섭취가 줄면 근육이 마르는 근감소증으로 이어지고, 근감소증은 스스로 일어나거나 걷는 일조차 어렵게 만드는 엄연한 질환이다. 한번 빠진 근육은 그 나이대에 다시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운동을 늘리라는 조언보다 먼저 고기와 생선을 충분히 챙겨 먹는 것이 근육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당뇨는 완치는 아니어도 되돌릴 수 있다
당뇨는 한번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종양이 사라졌을 때 쓰는 표현처럼 관해 상태로 만들 수 있다. 완치는 이전과 똑같이 생활해도 재발하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관해는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한 당뇨가 아닌 상태로 계속 지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체중을 조금 줄이고 운동을 조금 더 챙기고 좋아하는 음식을 가려 먹는 정도의 노력만으로 환자의 3~40퍼센트가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
당뇨 진단 직후에는 급했던 수치가 불과 6개월 만에 정상으로 떨어지고 이후 몇 년간 유지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다만 이런 회복이 늦어질수록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세포 자체가 망가지기 시작하며, 그때부터는 약을 써도 잘 듣지 않는 상태로 굳어진다. 그래서 진단 초기의 생활습관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관건은 이른 관리다
당뇨는 포도당 수치보다 그 상태에 얼마나 오래 노출되는지가 관건인 병이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발견할수록, 그리고 진단 초기에 습관을 바꿀수록 되돌릴 여지가 크다. 무서운 병이라는 인식에 짓눌리기보다, 식후 움직임과 단백질 섭취, 식사 순서처럼 당장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바꿔가는 편이 현실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