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코스피는 역사적으로도 이례적인 한 달을 보냈다. 뚜렷한 악재가 없었는데도 주도 종목 일부는 고점 대비 40% 넘게 빠졌고,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동됐다. AFW파트너스 이선엽 대표는 이번 조정을 "비상식적인 장"이라고 잘라 말한다. 업황이 나쁘지 않은데도 약세장 수준의 낙폭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통상적인 조정과는 다른 신호라는 설명이다.
하락의 진짜 원인은 실적이 아니라 차익실현이었다
이 대표가 짚은 하락의 시작점은 실적 우려가 아니라 그동안 막대한 수익을 낸 헤지펀드들의 단순 차익실현이었다. 단기 모멘텀을 기계적으로 추종하는 펀드들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수익을 짧은 기간에 실현하면서, 같은 속도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들의 디레버리징이 겹치며 낙폭이 필요 이상으로 커졌다는 점이다. 물량이 물량을 부르는 하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내가 뭔가 놓쳤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메타 데이터센터 우려, 중국 반도체, 하이닉스 실적 우려 — 다 단기 해프닝이었다
하락 국면에서 쏟아진 부정적 재료들, 이를테면 메타의 데이터센터 임대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부상, 문샷 AI 키미 K3발 반도체 수요 둔화 우려는 며칠 만에 대부분 뒤집혔다. 메타는 오히려 공급 부족을 이유로 투자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고, 창신메모리가 만드는 HBM은 중국 내수용일 뿐 아니라 품질 문제로 실사용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는 수준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키미 K3 역시 연산 효율은 높였지만 서비스 구현에는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되며, 결과적으로는 반도체 수요를 늘리는 재료로 판명 났다.
특히 SK하이닉스를 예로 들며 실적 우려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다. 현재 하이닉스가 납품하는 280개 거래처 중 실제 물량을 받아가는 곳은 100여 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80곳은 물량 구경도 못 하는 상황이라 가격이 떨어질 이유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구하기가 "아비규환"이라고 표현하며 내년 물량까지 이미 소진됐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은 오히려 사고 있었다
낙폭이 컸던 기간에도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까지 9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실제로 하락을 주도한 것은 단기 성향의 헤지펀드·CTA(모멘텀 추종) 펀드였고,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롱텀 펀드는 오히려 이 구간에서 신흥국·테크 펀드로 자금을 유입시켰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장이 더 떨어질 거라면 외국인이 사지 않는다"며, 닷컴버블 붕괴 국면과 달리 지금은 조정 국면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점을 현재 국면을 저점 부근으로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주도주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개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의 반도체 랠리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실적과 연결된 관련 산업재와 AI 비즈니스 모델 관련 기업들이 추가로 주도주 반열에 합류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 소비주 랠리 때 화장품뿐 아니라 면세점·음식료가 함께 움직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범주 안의 여러 기업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ADR)의 의미
SK하이닉스의 미국 예탁증서(ADR) 상장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한국 증시에 머무를 경우 이머징마켓 펀드 내 비중 제한으로 외국계 자금 유입에 한계가 있지만,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편입이 이뤄지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전 세계 펀드들이 의무적으로 편입해야 하는 구조가 생긴다. 이 대표는 ADR과 국내 주가의 시가총액 격차가 당분간 유지되거나 오히려 벌어질 수 있지만, 그 격차 자체가 국내 본주 주가를 밀어올리는 벤치마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양도소득 관련 세금 구조 차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닷컴버블과는 다르다 — 밸류에이션으로 보는 근거
1999년 시스코와의 비교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당시 시스코는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10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며 사실상 매출 부풀리기로 지탱된 '사상누각'이었지만,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벌어들이는 이익의 4~5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어 실적이 뒷받침되는 상승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AI 산업을 지탱하는 인프라 구조를 전력·반도체 칩·데이터센터·애플리케이션·AI 토큰의 5단계로 설명하며, 초기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10% 수준이던 메모리 비중이 최근 40%까지 늘었고 추가 상승 시 절반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목표주가 극과 극 — 시각차가 이렇게 컸던 적이 없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증권사 목표주가가 180만 원부터 430만 원까지 벌어져 있는 현상도 언급됐다. 이 대표는 이 간극이 반도체를 여전히 경기 순환형 '사이클 주식'으로 보느냐, 장기 공급계약(LTA)을 바탕으로 이익 안정성이 높아진 기업으로 재평가하느냐의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매출총이익률 증가율이 둔화되는 것을 '꺾이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절대 이익 자체는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사이클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구글 실적이 보여준 신호
같은 주에 실적을 발표한 구글의 클라우드 매출이 82% 증가한 점도 주목할 지표로 꼽혔다. AI 투자가 실제 매출로 이어진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뒤이어 실적을 발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엔비디아 역시 투자를 줄일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투자 여력이 넉넉하지 않다고 알려진 오픈AI조차 투자 확대 계획을 밝힌 점도 AI 인프라 경쟁이 쉽게 꺾이지 않을 근거로 제시됐다.
하반기 변수 — 국제유가, 이란, 미국 금리
하반기 최대 변수로는 국제유가와 이란 관련 지정학 리스크, 그리고 미국 금리 방향이 꼽혔다. 이 대표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까지 관련 이슈가 일단락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유가 안정과 함께 경기 지표 둔화가 확인되면 미국 국채 금리가 완화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리 완화는 자금 조달 부담이 큰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여력을 넓혀주는 만큼, 반도체 업종에는 추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흔들리는 투자자에게 남긴 조언
큰 폭의 평가손을 감내하고 있는 투자자를 향한 조언도 이어졌다. 핵심은 한쪽 의견에만 치우치지 말고 낙관론과 비관론, 그리고 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균형을 잡으라는 것이다. 판단 기준으로는 미국 증시의 견조함과 외국인 수급 동향 두 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심리가 극단으로 쏠려 있을 때, 그러니까 '더 늦기 전에 사야 할 것 같다'거나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이 들 때는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조정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결과론적으로 "싸게 살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점이며, 뒤늦게 추세에 올라타면 결과가 좋아도 그 과정에서 겪는 고생은 피하기 어렵다는 조언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