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21.

유럽 여행 가면 답답한 순간들, 알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지식인사이드|2026. 07. 21.

한국에서 편하게 지내다 유럽에 도착하면 사소한 것에서부터 낯섦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공중화장실을 찾기 어렵거나, 집 열쇠가 유난히 무겁고 복잡하거나,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순간들이다. 이런 불편함에는 대부분 기후, 지질, 건축 규제, 오랜 생활 문화가 얽혀 있다.

유럽은 왜 이렇게 더위에 약할까

최근 몇 년 새 유럽 폭염 관련 뉴스에서 온열질환 사망자가 수천 명에 달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서울의 위도는 약 37도인데 파리나 런던은 10~15도로 훨씬 북쪽에 위치해 있어, 원래는 서늘한 게 정상인 지역이다. 서유럽은 서안해양성 기후와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데 두 기후 모두 건조하고 연 강수량이 서울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온이 높아도 그늘에만 들어가면 습하지 않아 견딜 만했지만, 최근 폭염과 함께 습도까지 높아지면서 적응 경험이 없는 주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리학자들은 위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변화 폭이 적도 지역보다 훨씬 크다는 점도 짚는다. 실제로 빙기와 간빙기를 오갈 때 적도 지역은 2~3도 차이에 그치지만 고위도 지역은 10~15도까지 벌어진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밤이다. 단열이 잘 된 건물일수록 낮 동안 데워진 열이 오후 늦게부터 실내로 스며들어 밤에 오히려 더워지는 구조다. 사람 몸은 밤사이 체온을 회복해야 하는데, 열대야가 계속되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이 누적돼 면역력이 약한 노년층이 특히 위험해진다.

에어컨이 귀한 진짜 이유

유럽 건물 상당수에는 에어컨이 없다. 옛 건물들은애초에 냉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지어졌고,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으로 원형을 유지하는 문화가 강해 벽에 실외기용 구멍을 뚫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도로에서 보이는 전면부는 문화재적 가치 때문에 손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실외기가 거리에서 보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는 지역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에어컨 설치 허가를 받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1천만 원 가까이 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폭염이 심한 시기에 아예 서늘한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화장실이 유료인 이유와 살아남는 법

공중화장실이 부족하고 유료인 점은 유럽 여행에서 가장 크게 체감되는 불편함으로 꼽힌다. 여행 경험이 쌓인 사람들은 나름의 생존 전략을 갖고 있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저렴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루틴을 만들거나, 프랜차이즈 매장을 활용하는 식이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의 화장실 문화가 지금처럼 깨끗하고 무료로 자리 잡은 것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최근의 변화라는 사실이다. 그만큼 공공화장실이 무료이면서 관리도 잘 되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편이다.

아직도 실물 열쇠를 쓰는 유럽

도어락 대신 무거운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다니는 문화도 한국인에게는 낯설다. 독일이나 오래된 유럽 건물에서는 열쇠를 잃어버리면 국가 면허를 받은 전문 기술자를 불러야 하고, 비용도 유학생 한 달 생활비에 맞먹을 정도로 비싸다. 실물 키나 카드 키가 있어야 안심이 되는 문화적 신뢰의 문제도 있다. 도어락 사업이 유럽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던 이유로, 오랫동안 실물 열쇠에 의존해 온 습관과 보안에 대한 인식이 꼽힌다.

석회수, 마셔도 정말 괜찮을까

유럽 수돗물에서 나타나는 뿌연 석회 자국도 여행자들이 자주 신경 쓰는 부분이다. 서유럽 상당 지역은 백악기에 얕은 바다였던 곳으로, 조개류와 산호 등이 탄산칼슘 형태로 퇴적되며 석회암층을 형성했다. 이후 유럽판과 아프리카판이 충돌해 알프스 산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 석회암층이 융기해 지금의 프랑스, 독일 등 지역이 됐다. 약산성을 띠는 빗물이 땅속에서 탄산칼슘을 녹이고, 이 성분이 지하수에 섞여 수돗물로 나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커피포트에 하얗게 낄 정도의 양은 건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요리에는 수돗물을 그대로 쓰고, 맛 때문에 탄산수를 따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는 경험담도 있다.

맛없다는 편견 속 미식의 나라, 영국

영국 음식은 맛없기로 유명하다는 통념이 있지만, 정작 영국 안에는 세계 각국의 요리가 폭넓게 발달해 있다. 미슐랭 식당 수가 도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고,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같은 유명 셰프도 영국 출신이다. 자국 요리에 대한 아쉬움이 오히려 외국 요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인도 요리와 중국 요리가 특히 발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대표 음식인 피시 앤 칩스는 호불호가 갈리는데, 흥미롭게도 런던에서 손꼽히는 피시 앤 칩스 가게 중에는 한국식 튀김 기술을 접목해 인기를 끈 곳도 있다.

유럽에서 생선 요리가 드문 이유

섬나라나 해안 국가가 많은데도 유럽에서는 생선 요리, 특히 회처럼 날생선을 즐기는 문화가 흔치 않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깊고 차가운 바다에 사는 물고기는 삼투압 조절과 단백질 구조 유지를 돕는 TMAO라는 단백질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 물고기가 죽어 분해되기 시작하면 TMAO가 비린내를 내는 물질로 바뀐다. 냉장·냉동·유통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는 이 비린내를 감당하기 어려워 훈제나 건조 방식으로 가공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생선 요리는 오랫동안 고기 요리보다 비싸고 고급스러운 취급을 받아 왔다.

서양인이 가장 낯설어하는 한국 음식, 냉면

반대로 서양인들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한국 음식으로는 냉면이 꼽힌다. 오랫동안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맛보이고 반응을 기록해 온 콘텐츠에 따르면, 냉면에 대한 호감도는 압도적으로 낮았다. 차가운 음식을 메인 식사로 먹는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고, 질긴 면발의 식감도 낯설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화적 배경도 작용한다. 유럽에서는 하루에 따뜻한 음식을 몇 번 먹는지가 계층을 가르는 기준처럼 여겨질 만큼, 따뜻한 한 끼를 중요하게 여기는 정서가 강하다. 돈을 주고 사 먹는 한 끼가 차가운 음식이라는 사실 자체가 낯설게 느껴지는 셈이다.

사소해 보이는 여행 속 불편함들도 들여다보면 기후, 지질, 건축 규제, 오랜 생활 관습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 유럽 여행을 준비한다면 이런 배경을 알아두는 것만으로도 낯선 순간들이 조금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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