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09.

원달러 1500원 시대, 뉴노멀인가… 고금리에 흔들리는 성장주와 AI 버블 논쟁

지식인사이드|2026. 07. 09.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고 시장 금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최근의 고환율·고금리 현상이 일시적인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뉴노멀'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선엽 대표(리서치알음)와 서은숙 상명대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과 투자 전략을 짚었다.

왜 '뉴노멀'인가: 3가지 구조적 원인

과거에는 환율이나 금리가 급등해도 시간이 지나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대가 통하지 않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첫째,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동안 일본은 낮은 금리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ATM' 역할을 해왔지만, 임금과 물가가 오르며 금리도 정상화되는 추세다. 둘째, 세계화가 후퇴하고 공급망이 다변화되면서 생산 비용이 구조적으로 높아졌다. 예전에는 가장 저렴한 곳에 공장을 지으면 됐지만, 지금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여러 개의 공급망을 동시에 유지해야 해 비용이 늘어난다. 셋째,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높아졌고,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도 달러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이어진 '저물가·저금리·달러 약세'의 안정기는 사실 일본의 초저금리, 중국의 저임금 노동력, 세계화에 따른 낮은 물류비용이라는 세 기둥이 동시에 맞아떨어진 특수한 시기였다는 분석이다. 이 조합이 깨지면서 물가와 금리 모두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가 먼저 흔들리는 이유

주가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을 오늘의 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이때 핵심 변수가 금리, 즉 할인율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먼 미래의 이익일수록 현재가치로 환산했을 때 더 크게 깎인다. 그래서 금리가 오르면 이익 실현 시점이 먼 성장주일수록 주가에 받는 타격이 크고, 이미 실적과 매출이 나오고 있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다.

다만 금리 인상이 처음부터 증시에 악재는 아니다. 통상 초기에는 경기 호조를 반영해 금리와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구간이 나타난다. 문제는 절대 금리 수준이 부담스러울 만큼 높아진 이후다. 이때부터는 유동성이 줄고 기업과 경기에 부담을 주기 시작하며, 특히 중앙은행이 긴급하게, 그리고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오히려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경고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세발 물가 논쟁과 금리 인하 가능성

관세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 착시'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두 전문가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로 세금이 추가된 만큼 물가에 영향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로 인한 물가 상방 압력이 뚜렷한 상황에서, 현재 시점에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탈세계화의 수혜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흐름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한국 산업 곳곳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격화되며 점유율을 잠식당해 왔지만, 미중 갈등에 따른 밸류체인 재편으로 숨통이 트인 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된 분야는 전력기기(변압기), 조선, 방산, 반도체 등이다. 배터리·반도체·전력망·방산은 이제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각국이 자국 또는 동맹국 내에서 확보하려는 전략 자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AI는 버블인가: 1차 AI와 2차 AI의 구분

AI 관련주에 대한 버블 논쟁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핵심은 AI 산업을 두 단계로 나눠 보는 것이다. HBM, GPU,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1차 AI' 영역은 이미 실제 주문과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2028년까지의 설비투자 계획과 선계약도 상당 부분 확정된 상태로, 버블이라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반면 이 인프라를 활용해 실제 서비스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야 하는 '2차 AI'(AI 플랫폼, 서비스업 등 응용 영역)는 아직 기대감이 크게 반영된 단계로, 밸류에이션이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999년 닷컴버블 당시와의 근본적 차이도 짚었다. 당시 초고속 인터넷은 회사마다 성능 차이가 없어 누가 더 많은 망을 까느냐의 경쟁이었지만, 지금의 AI는 반도체를 더 투입할수록 실질적으로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현재 관련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은 과거 버블 국면과 달리 과도하게 높지 않고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산업의 규모가 닷컴버블 당시의 약 50배, 다른 전문가는 산업혁명 대비 100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산업 자체의 크기와 변화 폭이 워낙 크다 보니 주가 상승폭만 보고 섣불리 버블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개인 투자자를 위한 조언

노후 대비 관점에서는 나이가 젊을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높이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낮추는 생애주기형(TDF) 접근이 권장된다. 다만 국내 투자자의 경우 오히려 고연령층이 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퇴 이후 소득 공백에 대한 불안감이 최근 증시 상승과 맞물리면서 과도한 위험 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시경제 흐름을 판단할 때 참고할 핵심 지표로는 미국 물가지표, 일본 금리 및 엔화 흐름, 원달러 환율, 한국 반도체 수출 실적,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등이 꼽혔다. 이런 지표들을 신호등처럼 활용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접근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지수 자체의 숫자(코스피 8천이냐 9천이냐 1만이냐)보다는, 그 상승을 이끄는 주도 산업과 기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한 관점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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