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이냐 미장이냐, 다시 불거진 해묵은 질문
최근 국내 증시가 출렁이면서 다시 익숙한 질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장이 흔들릴 때마다 나오는 말, '역시 투자는 미국 주식이 답이다'라는 이야기다. 여의도 나침반의 윤지호 평론가는 이 질문 자체가 잘못 설정되어 있다고 짚는다. 국가 단위로 시장을 나누고 어느 한쪽에 올인하는 방식보다,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지를 판단하는 눈이 먼저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프리캐시플로우(FCF)나 투하자본이익률(ROIC) 같은 지표를 스스로 공개하고 설명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아직 이런 정보 공개에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미국 시장이 무조건 우월한 것도 아니다. 좋은 기업의 수가 정해져 있다는 한계, 최근 몇 년간 주주에게 돌아가던 배당과 자사주 매입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변화도 함께 짚어볼 지점이다.
이 대화는 국장과 미장의 비교를 넘어, 급락장에서 투자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국민연금의 역할론, 나아가 8월 이후 시장을 바라보는 구체적인 전략까지 폭넓게 이어졌다.
주요 내용
미국 시장의 강점과, 여전히 밀리지 않는 국장의 매력

미국 기업의 가장 큰 매력은 스스로 재무적인 컨트롤을 하고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오해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주주에게 받은 돈으로 투자를 하거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돌려주는 것이 정상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애플처럼 실적이 좋아도 무리한 인공지능 투자에 뛰어들지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하이퍼스케일러들처럼 사활을 걸고 투자를 이어가는 기업도 있다.
다만 서학개미 투자 초기의 매력, 즉 투자 후 남는 현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돌려받던 흐름은 예전만 못하다. 돌려줄 자금 자체가 줄었고, 오히려 자금을 빌려와 투자와 주주환원을 병행해야 하는 기업도 늘었다. 반대로 한국 시장은 조선, 반도체, 전기전자, 은행까지 산업 스펙트럼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다양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은행주의 총주주환원율은 이미 글로벌 최상위권이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일본 증시가 재평가받은 배경에는 이토보고서로 대표되는 치밀한 거버넌스 개혁이 있었다. ROIC가 자본비용(WACC)보다 높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하며 부실기업 퇴출과 정보 공개 확대를 준비해온 것이다. 반면 한국은 상법 개정 같은 큰 틀의 변화는 있었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디테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가 아니라 기업을 봐야 하는 이유

국장이 흔들릴 때마다 나오는 '코스피는 망했다'는 말에 대한 반박도 흥미롭다. 코스피가 정말 망했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금 사야 하고, 반대로 미국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 때가 팔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몇 년 전 '미국밖에 없다'는 말이 유행했을 때가 결과적으로 매도 타이밍에 가까웠다는 사례가 언급됐다.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한국 야구팬들의 안목이 높아졌던 것처럼, 미국 주식을 보는 눈이 넓어지면서 기업이 주주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기준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결국 중요한 건 국적이 아니라 어떤 기업의 정보를 더 잘 판단할 수 있느냐다. 좋은 기업이 있다고 믿는다면 그 시장에 투자하면 되고, 없다고 믿는다면 하지 않으면 된다는 단순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제시됐다.
인버스로 두 배 먹으려다 벌어지는 일

7월 급락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인버스 투자에 대해서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버스에 손을 대는 순간 사람들은 시장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심리에 빠지기 쉽고, 무엇보다 고점이 어디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한두 번 맞혔다 해도 그것은 실력이 아니라 우연에 가깝고, 스스로 감이 좋다고 착각하는 순간 무너질 위험이 커진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대신 제안된 방법은 나눠서 팔고 나눠서 사는 것이다. 정확한 고점과 저점을 맞히려 하지 말고, 상승이 과열됐다 싶으면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하락이 깊어졌다 싶으면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다. 예상보다 강한 주주환원 발표 같은 재료가 나오면 그때 가서 비중 조절 속도를 조정하면 된다는 실전적인 조언도 나왔다.
욕심과 공포를 다스리는 독립적 사고

이번 급락장을 겪으며 새삼 되새긴 것은 결국 욕심이 문제였다는 진단이다. 강세장에 취해 있다 보면 누구나 조금 더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그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을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하워드 막스의 책을 몇 시간 동안 다시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일화도 소개됐는데, 핵심은 시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 파티 이론, 하워드 막스의 시계추 이론은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환호할 때 조금씩 팔고 두려워할 때 조금씩 사는 원칙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결과를 가른다. 조지 소로스의 재귀이론도 같은 맥락이다. 주가가 오르면 편견이 쌓이고, 그 편견이 꺾이면 반대 방향의 편견이 다시 쌓이는 식으로 시장과 투자자의 심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강조된 것은 대중과 무조건 반대로 가라는 뜻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사고하라는 것이다. 영화 마진콜의 대사처럼 위기는 늘 온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언제 올지를 맞히려 하기보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는 조언으로 이어졌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개별 종목보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가 낫다는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됐다.
국민연금 리밸런싱 아쉬움과 8월 이후 투자전략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은 시장이 과열되면 비중을 줄이고 침체되면 비중을 늘리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번 상승장에서는 그 리밸런싱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제기됐다. 상승장에서 기계적으로 비중을 줄여놨어야 지금 같은 조정 국면에서 다시 사들일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미국의 401K와 같은 연금형 주식 투자 제도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됐다.
레이 달리오가 제기한 인공지능 거품 경고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왔다. 거품이 언제 터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으며, 위기는 예고 없이 시작되기보다 이미 알고 있던 문제를 먼저 움직인 쪽이 촉발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오픈AI의 대규모 자금 조달 일정과 소프트뱅크, 일본 금리 움직임이 서로 얽혀 있다는 점도 짚었는데, 미국 정책 당국이 일본 국채 금리 안정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이런 연결고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제시된 8월 이후 전망은 이렇다. 연간 고점은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번 조정에서 박스권 하단이 형성되면 반등은 오히려 강하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10월과 11월 실적 시즌과 데이터센터 관련 이슈가 맞물리는 가을부터는 다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7~8월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되, 이후에는 위험이 큰 종목부터 정리하며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전략이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