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7. 10.

"좋은 대학은 폐기될 것" — AI 시대, 내 아이를 살리는 부모의 조건

지식인사이드|2026. 07. 10.

성공 전략이 통째로 바뀌는 시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부모들의 성공 공식은 단순했다.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얻고, 좋은 직장을 얻으면 안정된 삶이 보장된다는 믿음이었다. 그런데 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AI가 전문직 업무까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대학 졸업장 하나로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이미 시작됐는데도, 많은 부모가 여전히 수능 점수와 사교육에 더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다.

인성은 실력이 아니다? 다시 봐야 할 정의

흔히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라는 말을 쓴다. 이 표현 안에는 인성이 실력과 별개이고, 실력이 부족할 때나 필요한 보완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최근 재조명되는 관점은 다르다. 인성을 '인간 고유의 특성'으로 다시 정의하면,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AI 이전 시대에는 인간적 품격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AI가 지식과 기술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는 지금은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 곧 차별화의 축이 된다.

이는 단순한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도식의 혁명'으로 이해해야 한다. 도식이란 세상을 보는 눈, 사고방식, 세상을 해석하는 틀을 뜻한다. 그 틀 자체가 바뀌는 시대이기 때문에, 예전 방식으로 조금 더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능 만점 대 12분 만점, 경쟁의 기준이 달라졌다

한국 수험생들이 12년간 공부해 받는 수능 만점을, AI는 단 몇 분의 학습만으로 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지식을 축적하고 정답을 맞히는 능력만으로는 더 이상 변별력을 갖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초중고 교육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인간만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 즉 소통, 공감, 협업,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써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 리터러시'라는 새로운 능력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이제 AI가 훨씬 더 잘한다. 대신 사람에게 필요한 능력은 내가 살아가고 싶은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 이른바 '미래 리터러시'다. 이는 정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교육의 주도권을 학생 스스로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배움의 방향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원래 질문의 달인이었다

네 살짜리 아이는 하루 평균 300번 가까이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 질문은 종종 엉뚱하고 신선해서, 부모들은 처음엔 이를 천재성이나 창의성으로 반가워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해', '숙제해'라는 말로 그 호기심을 억누르기 시작한다. 그 결과 어른이 되면 하루 평균 질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고, 그마저도 대부분 '오늘 저녁 뭐 먹지' 같은 일상적인 질문에 그친다. 다행인 점은 이 능력이 사라진 게 아니라 억눌려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질문을 허락하고 존중하는 것만으로도 이 능력은 다시 살아난다.

베스트가 아니라 유니크

AI 시대의 경쟁력은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할 수 있는 것'에서 나온다. 살아온 방식과 과정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 자체가 경쟁하지 않고도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 된다. 실제로 세계 최고 명문대들의 입학 기준을 살펴보면 예외 없이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기여(contribute)'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기여하는 인재'라는 개념이 이미 오래전 한국 교육법 제1장에 명시돼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그 정신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수능 점수 경쟁에 밀려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을 뿐이다.

부모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거창한 변화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오늘 몇 점 받았어?'라고 묻는 대신 '오늘 학교에서 즐거웠니?'라고 묻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성적을 확인하는 질문은 아이를 과거의 방식에 머물게 하지만, 감정과 연결되는 질문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대학 입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관계다. 지금 이 소중한 시간을 성적표 확인으로만 채우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큰 손해일 수 있다.

변화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에 조금씩 적응해 나간다면, 그것은 곧 자연스럽고 편안한 방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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