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의 행동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쌓인다. 어느 날부터 유독 나에게만 짜증을 부리고, 집을 오래 비운 날에는 보란 듯이 소파 위에 소변 실수를 한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얘가 나를 만만하게 보나" 싶어지지만, 전문가들은 그 대부분이 서열이 아니라 신뢰와 학습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채민경 수의사와 반려견 행동 전문가 푸우형이 나눈 이야기는 입양 직후의 적응 과정에서 시작해 견종별 성향, 침대·겨울옷·중성화 같은 현실적인 논쟁, 그리고 "이런 사람은 아직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편이 낫다"는 조언까지 이어진다. 두 사람의 판단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공통된 결론은 분명하다. 문제 행동을 교정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그 행동이 어디서 비롯됐는지를 먼저 이해하라는 것이다.
주요 내용
마음을 여는 시점과 '허니문 3주'

강아지가 언제 보호자를 자기 편으로 인식하는지에 대해 채민경 수의사는 "기회주의자이고 굉장히 계산적"이라는 표현을 쓴다. 맛있는 것을 주고 편히 쉴 곳을 마련해 주면 본능적으로 알아본다는 것이다. 새 환경에 온 직후에는 계속 만지고 말을 거는 것보다 혼자 탐색하고 적응할 시간을 주는 편이 낫다. 다만 강아지가 먼저 다가와 놀아 달라고 하면 굳이 무시할 필요는 없다.
이전에 지내던 곳의 담요나 방석을 함께 두면 애착 물건처럼 불안을 눌러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마음을 열 무렵부터 신체 접촉을 늘리면 좋다. 흥미로운 것은 입양 초기 약 3주를 '허니문 기간'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천사 같던 아이가 3주쯤 지나면 본성을 드러내며 어리광과 요구성 짖음을 보이기 시작한다.
짜증과 편애는 서열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

보호자에게 짜증을 부리는 순간이야말로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신호다. 사람도 가장 많이 투정을 부리는 대상은 부모다. 그런데 이를 "나를 만만하게 본다"고 해석해 더 혼내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강아지가 사람들 사이의 서열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특정 자리를 지키며 다른 식구를 못 오게 짖는 것도 서열이 아니라 가장 신뢰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행동이자 자기 루틴에 가깝다.
동물 사이의 서열은 본래 자원에 먼저 접근할 권한을 뜻한다. 사람과 강아지 사이에는 그 대신 신뢰도와 호불호가 작동한다. 아빠에게 짖었더니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누나에게 짖었더니 간식이 나오는 식의 학습 결과가 쌓이는 것이다. 발을 밟는 등 신뢰를 잃을 만한 일이 있었다면 즉시 다가가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 좋아하는 간식과 놀이로 현재를 즐겁게 만들어 주면 된다. 강아지는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강아지가 여성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설명된다. 높은 톤은 자기를 부르고 환영하는 소리로, 낮은 톤은 저리 가라는 신호로 알아듣는 경향이 있다. 보호자끼리 친해지면 처음엔 짖고 싸우던 개들도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진다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초보 반려인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세 가지 질문

첫 번째는 침대에서 같이 자면 버릇이 나빠지느냐다. 두 사람 모두 아니라고 답한다. 함께 자서 분리불안이 생기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정서적 안정감이 커진다. 예외는 침대를 선점하고 보호자가 다가오면 으르렁대는 경우 정도다. 갓난아기와 관련해서도, 문제없는 강아지가 먼저 아기를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고 오히려 지키려 한다. 주의가 필요한 시기는 아이가 기어다니며 힘 조절 없이 털을 잡아뜯기 시작할 때다.
두 번째는 겨울옷이다. 결론은 같았지만 이유가 갈렸다. 수의사는 체온이 37~38도인 소형견이 영하의 날씨에 얇은 옷만 입고 다니면 저체온증과 동상 위험이 크다며, 말라뮤트나 골든리트리버가 아닌 5~10kg대 소형견에게는 보온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면 푸우형은 집 안에서까지 패딩을 입히는 과보호를 경계한다. 2~30분 정도의 겨울 산책은 타고난 털옷으로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중성화다. 푸우형은 번식을 원하는 보호자의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의사는 출산 계획이 끝났다면 다시 권한다고 말한다. 해소되지 않는 발정기 스트레스가 다른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고, 암컷은 자궁축농증과 유선종양, 수컷은 전립선·고환 질환과 탈장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똑똑할수록 키우기 어렵다는 역설

가장 똑똑한 견종 1위로는 보더콜리가 사실상 이견 없이 꼽힌다. 100개, 200개가 넘는 단어를 배웠다는 공식 기록이 있고, 오랜 세월 양몰이를 하며 보호자의 신호를 이해하도록 길러진 유전적 배경이 지금까지 이어진다. 푸들도 만만치 않아 자이언트 푸들은 사람에 가깝고 토이푸들은 소형견 중 가장 영리한 축에 든다. 그런데 똑똑할수록 키우기가 힘들다. 스스로 생각은 하는데 답을 내리지 못하니 불안해지고, 그래서 동물병원에 문제 행동으로 가장 많이 오는 견종도 푸들이다.
눈치가 빠른 나머지 그날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사람의 신발 위에 배변을 하거나, 집을 오래 비운 날 보호자를 쳐다보며 소파 위에 소변을 보는 사례도 언급된다. 행동학적으로 개는 복수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3대 악마견으로 불리는 비글, 치와와, 코카스파니엘은 성격이 유별난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넘치는 경우다. 산책만 늘리면 체력만 좋아지므로 몸과 머리를 함께 쓰게 해야 한다.
대형견의 로망과 한국의 현실
대형견을 키우고 싶다는 지인에게 두 사람은 모두 신중하라고 답한다. 첫 번째 이유는 비용이다. 진료비에 체중별 할증이 붙어 엑스레이 한 장에도 소형견의 몇 배를 내야 한다. 두 번째는 에너지를 충분히 풀어 줄 수 있는지, 세 번째는 매일 털 빠짐을 감당할 수 있는지다. 함께 수영하는 그림만 떠올리고 데려왔다가 시간과 비용에 밀려 버려지는 대형견이 실제로 많다.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인구 밀도가 높고 아파트 거주 비율이 큰 환경은 층간·현관 소음에 취약하고 활동 반경도 좁다. 이웃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지면 보호자는 초조해지고, 짖음을 완화할 트레이닝 기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조언도 구체적이다. 여행을 자주 떠나는 사람, 출산을 앞둔 가정, 그리고 주 보호자가 진학이나 결혼으로 집을 떠날 예정인 가정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심심하다는 이유로 데려왔다가 분리불안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맞벌이 부부의 사례도 있다.
가장 좋은 애정 표현은 의외로 사소하다
비싼 옷이나 유기농 간식보다 효과적인 것은 눈맞춤이다. 사람과 눈을 맞췄을 때 상호작용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되는 동물은 개가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서로 바라보는 동안 양쪽 모두에서 옥시토신이 나오며 애정이 순환한다. 다만 아직 친하지 않은 낯선 사람의 응시는 싸움 신호로 받아들이므로 처음에는 시선을 피하고 손 냄새를 맡게 하는 편이 낫다.
개인기처럼 머리를 쓰는 학습 활동도 강아지가 즐거워하는 일이다. 보호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맞혔을 때 칭찬과 간식이 따라오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쌓인다. 나이가 들었다고 쉬게만 두기보다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게 하면 노화를 늦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함께 키우기 좋은 조합, 피해야 할 조합
성향별 궁합도 정리됐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사람에게는 순하고 에너지 레벨이 낮은 시츄가, 손님이 자주 오가는 집에는 사람을 좋아하는 비숑이 어울린다. 두 마리를 키운다면 동성 조합은 피하는 편이 좋다. 중성화를 해도 호르몬 때문에 자주 다투기 때문에 암컷과 수컷을 함께 키우는 쪽이 낫다는 조언이다.
노견이 있는 집에 완전한 퍼피를 들이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 어린 개의 에너지에 치이고 보호자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끼면서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위축될 수 있어서다. 반대로 비숑과 푸들 조합은 미용 도구를 공유할 수 있어 현실적인 이점이 있고, 생김새가 비슷한 개들끼리는 서로를 익숙하게 받아들여 친해지기 쉽다는 이야기도 나왔다.